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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유의 편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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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유의 편지

낡은 저택 옆에 흩어져 있는 두 통의 편지. 작성자가 동일 인물인 듯하다. 낡은 편지 25살의 유유에게 안녕! 난 5살의 너야. 지나 선생님이 개학 첫 숙제로 20년 뒤의 자신에게 편지를 쓰라고 하셨어. 오늘 아침 엄마가 새 책가방을 사주셨고, 내가 제일 좋아하는 생선전도 해주셨어. 글자 공부만 열심히 하면 나중에 2차원 시티에 가서 반짝반짝한 고층 빌딩에서 일할 수 있고, 더 이상 엄마 아빠처럼 바다에 나가 물고기를 잡지 않아도 된다고 하셨지. 난 매일 내 이름을 열심히 연습하고 있어. '유' 자는 쓰기 어렵지만, 이젠 쓸 줄 알아. 네가 되기 위한, 내 계획은 이래. 1. 돈 계산 배우기. 그래야 저 반짝반짝한 높은 빌딩이 나한테 돈을 줄 때, 실수하지 않을 테니까. 2. 집으로 가는 길 기억하기. 나중엔 혼자 걸어가야지. 그래야 엄마가 걱정 안 하시니까. 3. 밥 잘 챙겨 먹기. 엄마가 생선을 먹으면 똑똑해진다고 하셨어. 그러니까 난 매일 생선전을 남김없이 먹어 치울 거야. 크레파스로 네 모습을 그렸어. 빨간 셔츠를 입고, 서류 가방을 들고, 반짝이는 높은 빌딩 꼭대기에 서 있는 모습을. 나 대신 봐 줘. 2차원 시티에 생선전 가게가 있어? 아빠가 대도시에는 없는 게 없다고 하셨거든. 이제 낮잠 자러 가야겠어. 오늘의 빨간 꽃을 아직 못 땄어. 지금의 내가 그리울 것 같아? 유유 1979년 █월 10일 새로운 편지 어머니께 잘 지내고 계신가요? 저 펄럭스 그룹에 취직했어요. 이번 달부터 6개월 동안 수습 기간이에요. 제 자리는 17층 창가 쪽이고, 출근할 땐 유니폼을 입어야 해요. 셔츠는 매일 다려 입어야 하고 소매엔 먼지 한 톨 묻으면 안 되죠. 가끔은 메카아머 동료들이 부러워요. 걔네는 복장 규정 때문에 골치 아플 필요가 없어 보이거든요. 전 2차원 시티 가장 동쪽에 있는 아파트에 살고 있어요. 회사와는 거리가 좀 있지만, 기차역과는 꽤 가깝죠. 아파트 아래층 편의점에서는 28 신용 포인트 짜리 즉석 생선전을 파는데, 살코기는 부드럽지만 소스가 너무 달아서 제 입맛엔 잘 안 맞더라고요. 매달 10일, 정해진 시간이 되면 어김없이 급여 카드에 숫자가 찍혔다가 금세 빠져나가죠——1/3은 집주인, 1/4은 열차표와 편의점 충전 카드로 나가고 뜬금없는 「원력 조율비」도 나가요. 요새 제 기분이 별로라서 커뮤니티 직원들에게 폐를 끼쳤나 봐요. 엄마, 전 평생 이곳의 길을 못 익힐지도 몰라요. 이 도시는 정말 큰데, 적응할 시간이 없거든요. 일주일간의 일을 마치고 나면, 그저 자취방에 누워 조금이라도 더 쉬고 싶을 뿐이에요. 어디 가서 놀아야 할지도 모르겠고, 절 데리고 나가서 놀아줄 친구도 없고요. 동료들은 항상 「경제적 자유」니 「무한 경쟁 탈출」이니 하는 이야기를 나누는데, 그런 말들을 들으면 멍해져요. 남들이 바라는 그 삶이, 왠지 20년 전 우리 집 생활이랑 비슷한 것 같거든요! 돈을 충분히 벌면 시필드로 돌아가서 엄마랑 작은 식당을 열어도 꽤 괜찮지 않을까요? 엄마, 어젯밤 꿈에 어릴 적 제 모습이 나왔어요. 이번 휴가 때 집에 가게 되면, 생선전을 해주시고 만드는 법도 좀 가르쳐 주실래요? 이번엔 머리 좋아지려고 배우는 게 아니에요. 그냥 그 맛을 오래 간직하고 싶어서 그래요. 바다가 평온하고, 엄마가 고생을 덜 하시면 좋겠어요. 아버지가 떠나신 후, 제게 남은 건 어머니뿐이에요. 모든 일이 잘 풀리길 바랄게요! 유유 1999년 █월 12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