먼지 덮인 여행가의 기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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먼지 덮인 여행가의 기록
이곳의 모든 것은 반복되고 있다… 대공의 결혼식이 열리는 바로 그날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어! 나는 대체 얼마나 긴 세월을 이곳에서 허비한 걸까. 이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, 대체 몇 년이나 이곳에 갇혀 있었던 거지? 매일, 매일, 또 매일… 나는 그녀와 약속했다. 대공의 결혼식이 끝나면 함께 이 빌어먹을 산속 저택을 빠져나가자고… 끝없이 반복된 그 모든 날 동안, 놀랍게도 나와 그녀의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. 그저… 우리는 영원히 이곳을 떠날 수 없을 뿐이다. ……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이 고통도 수명이 긴 요정들에게는 어쩌면 꿈에서 막 깨어나기 직전의 몽롱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. 하지만 인간인 나는 이미 늙어 버렸다… 어쩌면 그래서 내가 이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. 이제 나는 너무나 쇠약해졌으니까… 그녀는 이곳에서 숨이 멎어 차갑게 식은 내 몸을 보게 될까? 내 죽음을 슬퍼할까? 분명 슬퍼하겠지.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.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도,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처음과 다름없이 뜨겁다는 것을. …다행이다. 정말 다행이야. 하루하루를 되풀이하는 이 저택이라면 그녀는 내 죽음마저 잊게 될 테니까. 그러면 그녀는 계속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겠지… 내가 이 지긋지긋한 반복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. …… 이제는 손에 펜조차 제대로 쥘 수가 없다. 아무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. 가엾고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글라야… 부디 이 기록을 발견하거든, 「미시킨」이라는 이름은 잊어 줘.
